죽은 사람들이
제 멋대로 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아직 살아있음을 느꼈다
죽은 사람들의 토막 난 팔다리가
제 각각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면서
무서움에 진저리 치는
나는 아직 죽지 않았음을 느꼈다
나의 사지는 붙어 있음을 느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죽어 있다는 것을 보는 일이 될 줄이야
살아 간다는 것이
죽은 목숨들을 온전히 기억하는 일이 될 줄이야
차라리 죽음은 삶을 바라보지 못하는데
삶은 죽음의 진면목에 파묻혀야 하는
삶도 아닌 죽음도 아닌 삶
죽음 속에 삶은 없어도
삶 속에 죽음은 여전히 공존하고 있음을
죽음 옆에서 위태로운 삶을 꾸리고 있음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