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생존

시랑사랑 2016. 4. 16. 20:27

죽은 사람들이

제 멋대로 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나는 아직 살아있음을 느꼈다

 

죽은 사람들의 토막 난 팔다리가

제 각각 널부러져 있는 것을 보면서

무서움에 진저리 치는

나는 아직 죽지 않았음을 느꼈다

나의 사지는 붙어 있음을 느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죽어 있다는 것을 보는 일이 될 줄이야

살아 간다는 것이

죽은 목숨들을 온전히 기억하는 일이 될 줄이야

 

차라리 죽음은 삶을 바라보지 못하는데

삶은 죽음의 진면목에 파묻혀야 하는

삶도 아닌 죽음도 아닌 삶

 

죽음 속에 삶은 없어도

삶 속에 죽음은 여전히 공존하고 있음을

죽음 옆에서 위태로운 삶을 꾸리고 있음을

시시각각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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