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IMF의 후유증

시랑사랑 2012. 4. 13. 00:04

 

1997년 외환위기가 지난지도 어느 덧 15년 이 되어간다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우그룹 등 수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은행들이 구제금융을 받으며 통폐합되고 중소은행들은 퇴출되어 사라지고 서울역은 갑자기 늘어난 대량 실업자들이 노숙자가 되어 점령하고 부도를 맞은 국가의 운명은 풍전등화 였다

 

그때까지 늘어만 가던 길거리의 자동차가 환율상승에 따른 유가의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중고차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교통체증으로 혼잡했던 도로가 한산해지기 까지 했는데 오히려 졸부들은 대형차를 더욱 쾌적하고 여유롭게 도로를 질주 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부동산과 주식이 거의 반토막이 되어 대출로 부동산투기에 올인했던 부동산거지들이 진짜 거지가 되는 일들도 속출했다

 

금 보다도 귀한 달러를 구하고자 온 국민이 금을 모아 나라에 팔아 바치는 일로 은행마다 줄을 섰다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서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이건 유럽이건 달려가 읍소하면서 달러를 빌려 왔으나 결국에는 금융시장 개방이라는 경제주권의 상실을 가져왔다

 

이에 외국 자본은 쓰나미 처럼 밀려와 헐값의 기업과 주식을 쓸어 담았으며 그 이후 지금까지 주가상승의 거대한 차익을 누리면서 매년 수조원의 배당금을 받아간다

 

이제는 국내의 알짜배기 상장기업 주식의 절반이상을 외국자본이 보유하고 있어 국내기업인지 외국기업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일례로 KT(한국통신)이 민영화 되어 어느사이에 외국자본이 60%도 넘고 외국인 이사진에, 고배당으로 KT의 등골을 빼먹고 있다니 그게 뭐가 한국통신 인가? 상호를 아예 바꾸는게 났겠다.

외국통신 이라고...  

 

IMF 이전에는 비정규직이라는 말 자체도 없었는데 무슨 되지도 않는 노사정을 한다고 몇달을 옥신각신 하더니 기업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고령의 정규직원들을 대량해고 하고 그자리를 2년짜리 단기 계약의 파리목숨같은 비정규직을 대량 채용하여 인건비를 착취해 가는 것이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보다 더 힘들게 일하면서도 무시 당하고 월급은 반쪽만 받는 구조가 되었는데 이것은 공정해야 할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폭력적이고 불공평한 것이다

 

이러한 노동법과 근로관계를 용인하고 모른 체하는 국가는 참으로 부도덕하고 악덕한 것이었다

 

비정규직은 저임금에 생존을 걸어야 하는 현대판 임금노예가 아니고 무었이랴 ! 

 

외국의 경제학자들은 한국이 IMF를 극복하는 데는 50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 하였는데 그 후 3년 만인가 2000년에는 외국에서 빌린 자금을 모두 갚고 정부에서 정식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헸다고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외환위기 극복의 신화를 이룩했음을 자화자찬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의 국민의 심성은 엄청나게 변하였다

 

그동안 국가와 기업이 보장해 주던 정년퇴직이 사라지면서 모든 셀러리맨은 갑자기 언제 퇴직을 당 할지 모르는 불안에 휩싸여 화기애애 했던 직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변하고 노동의 강도는 스스로 높아지는 경지가 되었다

 

짤리지 않으려면 알아서 열심히 일해야 했다

   

외환위기 전에는 친구간에도 없는 돈이지만 서로 밥을 사려고 하는 풋풋한 인정이 있었는데 환란 이후에는 작은 밥값도 서로 눈치보면서 안내려고 하는 삭막한 풍습으로 변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치페이라는 기분 더티한 계산이 자리 잡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국민들의 양심이 점점 황폐화 되어 간다는 것이다

 

돈에 대하여 그런대로 관대하고 소박하였던 심성이 환란 이후 돈이 아니면 이제 죽겠구나 하는 절박함을 깨달으면서 돈에 집착하고 돈만 생각하고 돈 이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도덕 불감증이 만연해 갔다

 

그리하여 공공의식, 공사의 구분, 공공윤리가 급격히 무너져 내리는 지경이 되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돈 이라면 일단 먹고 보자는 몰염치의 도둑심보가 횡행하고 그런 돈을 먹지 못하면 오히려 바보 취급 받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 하고 있다

 

이러한 부패를 막으려 시스템을 정비하고 감사를 강화 하지만 이런 견제 장치의 사각지대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다

 

사립학원, 종교기관, 자선단체, 복지기관, 재건축 재개발 조합, 자치단체 등 내부적으로 예산을 부풀리고 횡령하는 부패한 돈들이 천문학적 일 것이다

 

힘 없고 돈 없는 서민들은 막걸리 한잔, 담배 한개비도 자기의 돈으로 사는데 힘 있는자 들은 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판공비를 낭비하고 각종 선물과 향응을 받으면서도 조직위에 군림한다

 

이러니 서민들이 한이 쌓이지 않으랴!  어느 세월에야 소박한 미소 지으며 살 수 있을까?

 

바로 이러한 세태가 IMF의 진짜 후유증이며 이는 갈수록 더욱 깊어져 간다

 

아직도 50년은 멀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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