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누운님들은
한얼땅 역사에 바쳐진 순혈의 어린양들이다
오천년의 겨레가 또 새로운 오천년을
한결같이 오순도순 살아가도록
그들의 더운피 흘려 역사의 죄악을 씻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프로야구에 올림픽에 열광하며 칼라텔레비젼에 빠져 있을 때
불의와 위선 앞에
무릎 꿇고 야합 할 수 없어
꺽이고 쓰러질지언정
맨몸으로 돌진하고
맨입으로 외쳐야 했던 그들에게
짱돌과 화염병은 차라리 다윗의 조약돌 이었다
거대한 장갑차와 페퍼포그, 물대포를 무차별 쏘아대면서
누가 꽃잎같은 그들에게 폭도라 하는가
예수 전문가 문익환목사는 그들이야말로 작은 예수라 했다
교회에서 귀신씨나락 까먹는 설교와 기도에 취해 있을 때
예수는 순수청년들과 함께 한얼땅 길위에 섰다
80년대와 90년대 중반까지 쓰러진 젊은 목숨이 120여명 이라는데
아!
그대들이야 말로 20세기말 한얼땅에 배출한 예수의 제자, 순교자들이다
그대들은 홀로 부활하지 않으리
홀로 무덤 비우고 이 땅을 떠나지 않으리
한얼땅 올망졸망한 모든 생명이
저마다의 힘을 나누며 살아가는 날을
언제라도 언제까지라도 바라보며
꽃 다 못 피운 육신이 썩어갈지라도
혼꽃은 영원히 살아 겨레의 가슴 뜨겁게 불 지피리라
한얼땅의 신앙고백이 되리라
한얼겨레의 주 기도문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