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촛불을 머리에 얹고 가는 여인들)
이 기막힌 시국을 어찌 할거나
한 민족, 한 백성이 극렬하게 갈라져
한 겨울 일백일이 넘는 추위의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세력대결 기싸움을 하고 있으니
이 억장이 먹먹한 슬픔을 어찌 할거나
부모 자식 세대가 갈려
따로 따로 차거운 아스팔트에 앉아
증오와 저주를 서로에게 퍼 붓고 있으니
이 얼마나 참담한 일이냐
나이를 먹을수록 현명해진다는 명제는
이 땅에서는 통하지 않는가
거짓과 음모의 막장 권력에 영혼을 빼앗겨
태극기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구 마구 흔들어대고 있는 저 노추를 어찌 할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태극기를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어찌 보면 여섯, 일곱 살 먹은 늙은 어린이들이
운동회 태극기를 흔드는 것 같이
우스꽝스럽고 헛웃음도 나오는데
나는 그들의 노추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서
광화문 촛불 집회 말석의 한 자리에 앉아
촛불을 흔들며 '탄핵'을 외치고 있다
행진을 시작하고
주위의 여린 아가씨들이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며 외치는
가냘픈 '탄핵'의 목소리를 들으니
괜히 서럽고 미안하고 고마운
여러 감정이 복받쳐
코 끝이 시큰하고 눈시울 축축해진다
백성이 어리섞은 죄로
권력 언론 재벌이 삼두동맹이 되어
자기들의 영원한 탐욕을 채우고자
백성들을 어리섞은 맹인으로 만든 죄로
아프리카도 민주화 되는 세상에
쿠테타를 공공연히 부르짖고
군대를 나오라고 주문하고
아스팔트 피바다로 협박하고
재판관, 야당 대통령 후보를 테러하라고 사주하는
막장 패륜 권력의 소름끼치는 민낯을 보고있다
무섭다
어디로 도망가고 싶다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
촛불을 군홧발로 밟고 싶은 저들의 야만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촛불 밖에 없다
더 많은 촛불
백만 천만 아니 이천만 삼천만
아무리 짖밟아도 꺼도
들불처럼 여기 저기서 다시 밝혀지는
촛불 밖에 그 무엇이 촛불을 보호할 수 있으랴
촛불이여! 영원하라
민주여! 자유여!
영원히 영원히 촛불을 밝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