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같고 거인같은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말쑥하신 선생님이
성을 내며 욕을 할 때
근엄하신 목사님의
위선을 발견했을 때
스님이 고기를 먹고
이빨 쑤시는 것을 보았을 때
성령 받았다는 사람이
세상 물정에 어두워
태극기를 흔들며 떼를 쓸 때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돈을 사랑하는
신부님 목사님을 만났을 때
거룩하다는 하나님이
걸핏하면 진노하시고
자기의 백성을 진멸하신
구약의 기록을 읽을 때
나는 그때 모든 허무를 배웠다
캄캄한 우주의 고아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