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노회찬 추모시

시랑사랑 2018. 7. 25. 23:46

꽃은 봄이 한창인데

먼저 고개를 떨구는 이유를

그대가 떠난 뒤에 알았습니다

 

아름다움이

그 연약한 아름다움이

죄라면 죄가 되어서

 

억세지 않으면

뻔뻔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아수라에서

그예 견디지 못하고 스러졌음을

 

살아있는 우리는

어리석어서 너무 유치해서

그대가 홀연히 떠난 뒤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꽃이 진 봄은 여름에 밀려나듯이

그대 없는 세상은 허무에 먹힙니다

꽃이 있어 기쁨의 환희를 나누듯이

그대의 위트와 유머가 있어

웃음과 희망을 공유했던 나날들이

이제는 지난날로 묻히고 있습니다

 

그대 없는 세상은 참 공허 합니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불굴의 정의감

끈질긴 투지

촌철살인의 멘트

따뜻한 희망의 지표

그 모든 것을 어찌하라고

누구에게 맡기시고

그렇게 급히 떠났습니까

 

아!

우리는 그대가 투사인줄 알았습니다

불세출의 영웅인줄 알았습니다

우리의 구세주인줄 알았습니다

정의의 사도인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대는 한 송이 연약한 꽃이었습니다

어쩌다 자기 꽃잎에 튀긴

흙탕물을 이기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꽃에게 너무 무거운 멍에를 지운 채

꽃잎을 짓누르는 고통을 외면하고

우리는 희희낙락 염치없이 살았습니다

 

하늘나라가 있다면

하늘나라의 꽃밭이 있다면

활짝 피어나소서

오래오래 찬란하소서

 

여기 지상의 꽃 한송이

마지막 영전에 바칩니다

속죄의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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