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봄이 한창인데
먼저 고개를 떨구는 이유를
그대가 떠난 뒤에 알았습니다
아름다움이
그 연약한 아름다움이
죄라면 죄가 되어서
억세지 않으면
뻔뻔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아수라에서
그예 견디지 못하고 스러졌음을
살아있는 우리는
어리석어서 너무 유치해서
그대가 홀연히 떠난 뒤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꽃이 진 봄은 여름에 밀려나듯이
그대 없는 세상은 허무에 먹힙니다
꽃이 있어 기쁨의 환희를 나누듯이
그대의 위트와 유머가 있어
웃음과 희망을 공유했던 나날들이
이제는 지난날로 묻히고 있습니다
그대 없는 세상은 참 공허 합니다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불굴의 정의감
끈질긴 투지
촌철살인의 멘트
따뜻한 희망의 지표
그 모든 것을 어찌하라고
누구에게 맡기시고
그렇게 급히 떠났습니까
아!
우리는 그대가 투사인줄 알았습니다
불세출의 영웅인줄 알았습니다
우리의 구세주인줄 알았습니다
정의의 사도인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대는 한 송이 연약한 꽃이었습니다
어쩌다 자기 꽃잎에 튀긴
흙탕물을 이기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꽃에게 너무 무거운 멍에를 지운 채
꽃잎을 짓누르는 고통을 외면하고
우리는 희희낙락 염치없이 살았습니다
하늘나라가 있다면
하늘나라의 꽃밭이 있다면
활짝 피어나소서
오래오래 찬란하소서
여기 지상의 꽃 한송이
마지막 영전에 바칩니다
속죄의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