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오지 않는다면
그리고 꽃이 피지 않는다면
추위를 견뎌낸 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이 허허로울까
얼마나 기분이 사나워질까
축복받지 못한 그런 심사로
정글 여름을 넘는 동안
사람들은 얼마나 짐승이 되어갈까
얼마나 싸우고 할퀴며 야수가 될까
봄이 오지 않고
꽃이 피지 않는다면
가을도 없으리
거두어 들일 오곡백과도 없으리
그렇게 가난한 엄동이 군림하면
사람들은 포근하게 겨울잠을 잘 수 없다
그냥 빈 배를 움켜쥐고 얼어붙어
마지막 계절에 모두 스러져 사라 질 뿐
다시금 봄이 온다 한 들
새롭게 꽃이 지천으로 핀다 한 들
보아 줄 사람 없는 화원은
얼마나 적막하리
꽃들은 또 얼마나 외로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