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 자살에게
옛날에는
너 죽고 나 죽자고 했다
지금은 그냥
너 죽이고 나 죽는다
자원해서 세상에 온 사람 없듯이
자진해서 세상 떠날 자격 없다고
뭐라뭐라 말 하기엔 너무 미안하다
자살이 자살에게 묻는다
"너 죽고 싶어 죽었냐?"
자살이 자살에게 대답한다
"나 울면서 죽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짓말
"죽고 싶다!"
자살은 없다
세상이 자살을 사주 했을 뿐
자살은 가장 사악한 타살
우리는 모두 살인자 없는 공범자이다
평생에 죽고 싶은 생각 한번 없었다면
행복하거나 무지하거나
자살이 우리에게 읊조린다
"죽으라면 죽지요. 그까짓 거 못 죽을까 봐~"
우리는 모두 자살 예비군
어제는 그녀가 사라졌고
내일은 그 누가 따라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