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자살이 자살에게

시랑사랑 2013. 10. 16. 21:32

 

자살이 자살에게

 

 

옛날에는

너 죽고 나 죽자고 했다

 

지금은 그냥

너 죽이고 나 죽는다

 

자원해서 세상에 온 사람 없듯이

자진해서 세상 떠날 자격 없다고

뭐라뭐라 말 하기엔 너무 미안하다

 

자살이 자살에게 묻는다

"너 죽고 싶어 죽었냐?"

자살이 자살에게 대답한다

"나 울면서 죽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짓말

"죽고 싶다!"

 

자살은 없다

세상이 자살을 사주 했을 뿐

자살은 가장 사악한 타살

우리는 모두 살인자 없는 공범자이다

 

평생에 죽고 싶은 생각 한번 없었다면

행복하거나 무지하거나

 

자살이 우리에게 읊조린다

"죽으라면 죽지요. 그까짓 거 못 죽을까 봐~"

 

우리는 모두 자살 예비군

어제는 그녀가 사라졌고

내일은 그 누가 따라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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