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눈 오는 소리 들리는가
깊은 밤
사위도 덩달아 조용해져서
귀를 쫑긋하고 엿듣는 소리
창호지 문 밖의 고요가 궁금하여
호롱불도 흔들리지 않으려 숨빛을 삭이는데
암묵이 가득한 스무평 마당에
뒤간의 얌전한 장독대에
제 멋대로 길다란 담장위에
그대의 가난한 지붕위에
가벼운 나래로 속속들이 쌓이는 속삭임이 보이는가
토방 마당에 내려서서 손바닥에 받아보면
무게도 없이 살픗이 내려 앉아
그 작은 온기에
눈물 처럼 녹아 내리며
무슨 사연을
소곤거리는 것 들어 보았는가
겸손한 귀라야 들을 수 있는
색깔도 없이 하얗기만 한 나직한 소리
나는 그 소리 들을 수 없어
그저 바라만 보고 있네
눈을 감아야 눈의 소리 들려 올까
깊은 밤 하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