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는 외로움 보다
울리는 전화벨이 더 괴로운
그런 날들을 당해 보았는가
파멸의 괴로움과 부끄러움을
어디에도 하소연 하기 싫은데
철 없이 울리는 전화벨은
나의 조롱거리를 안다는 듯
얄밉고 끈길지게 울려대는데
이 전화를 받고 항복하라고
네 인생의 패배를 인정하라고
부끄러운 날에는 전화도 더 잘 보챈다
마지못해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심문에 걸려 이실직고 하면
나의 파멸은 뉴스가 되어
순식간에 먼 친구들에게 까지 날아가고
친구들은 잠자리의 마누라 귀에 속삭인다
자기들 사랑의 이상없음을 확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