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바닥

시랑사랑 2015. 6. 6. 00:01

 

진 바닥을 보고 싶은가

바다에 가라

바다의 피부를 뚫고

바다의 살결을 헤치며

바닥으로 바닥으로

내려가고 내려가라

바다는 바닥을 저 깊이 감추고 있어서

바다가 되었으니

바닥을 보아야 바다를 다 알 수 있는 것이다

바닥을 알아야 바다를 다 볼 수 있는 것이다

햇빛도 외면하는

햇빛도 내려오지 못하는

햇빛이 없어서 눈도 필요없는

숨만 쉬며 입만 가지고 사는 바닥의 목숨들이

바닥을 지키며

바닥을 닮아서 납짝해지고 넓적해지는 중이다

육지에서는 아무리 바닥을 보여도 바다가 될 수 없다

여전히 그 바닥은 높아서 바다를 품을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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