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지하철 걸인을 피하며

시랑사랑 2015. 11. 14. 16:37

나는 왜 천원짜리 여유도 없는가

나는 왜 소소한 구걸에 인색한 것인가

인색한 변명은 거꾸로 왜 그리 많은가

앵벌이 일까봐서

구걸로 돈을 더 많이 벌까봐서

적선에 버릇 나빠지고 게을러질까봐서

결정적으로 천원짜리가 없어서

딸랑 오백원 동전 한 닢도 없이

카드만 지갑에 수두룩해서

대형마트에서 대형카트에

대량물품을 외상으로 가득 실어 올 수는 있어도

카드를 받지 않는 걸인에게는 적선 할 여유가 없다

얼굴이 기름진 친구들을 만나면

다음달 월급을 땡겨 양주를 속쓰리게 마실수는 있어도

오가며 만나는 노숙인에게 커피 한 잔 건넬 여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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