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중병에 걸렸다
매사가 불안하고 불만스럽고 짜증이 난다
이 나라와 국민들이 마음에 들지않고
어디 다른 데로 가고 싶어도 재주가 없고
오십대 아줌마들은 몰려다니며
시끄럽고 우악스럽고
젊으나 늙으나 얼굴에 적의가 가득하고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살인 날 것 같은
폭탄 지뢰밭을 신경이 곤두서서 걷는 것 같다
어디 명의가 없는가
답답한 마음은 납덩이 같이 무거운데
삶을 조여오는 궁핍은 영혼까지 갉아 먹는다
그렇다고 시국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는 기미는 없고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는 하늘을 가리고
한반도를 한 줌에 삼킬듯이
경제는 중국의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는데
어디 절세의 명재상은 없는가
누가 이 나라의 시국을 바로잡아 고칠 것인가
내가 왜 이리 혼자 걱정인가
대통령도 아닌데
면서기도 아닌데
대통령은 살인 미소를 날리며 해외순방에 여념이 없고
면서기는 서류에 파묻혀 세상물정 모르는데
나는 아주 울화통이 터져 홧병이 돋는다
내가 왜 혼자 우울병에 걸려 시국타령을 하는가
오지랍도 넓어라
내가 무슨 상왕이라도 되나
그래 내가 뽑아 준 대통령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