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허탄한 기도

시랑사랑 2016. 5. 28. 23:20

저의 입에 재갈이 물린듯이 기도가 막혔습니다

가슴이 꽉 막혀 한 마디의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분노와 욕설을 분수처럼 쏟았던 입으로

죽음의 순간까지 온유와 겸손으로

허리에 창을 찌르는 자들의

어리섞은 죄를 묻지 말아 달라고

하나님께 간원하였던 거룩한 주님을 어찌 부를 수 있으리까

 

이 가볍고 하찮은 입을 불로 지져 주옵소서

차라리 입이 막혀 혀가 굳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증스럽게 기도하기 전 더러운 입을 막아 주소서

입이 깨끗하기 전 기도를 막아 주소서

더러운 입으로 돌아서서 외치는 기도는

모두 땅으로 떨어져 부서지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성전에 나와 기도하는 몰염치를 깨부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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