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과 날줄이
수천만번 만나고 헤어지며 교우하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셔츠 한 장이라도 입고 있을까
고운 옷감 일수록 더욱 가늘고 질긴 씨실과 날실이
얼마나 섬세하게 수만천번을 교직했으랴
그 헤아릴 수 없는 고단한 만남으로 또는 헤어짐으로
나의 부끄러움을 감싸는 속 것을 걸치고 있는데
나는 어제도 술에 취하여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마주앉은 놈의 옷 먹살을 붙잡고 흔들어 댔다
왜 그 따위로 생겼냐고 흔들어 대다 거룩한 옷을 찢고 말았다
옷 한 벌 지어본 적 없는 내가 옷만 찢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