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시랑사랑 2016. 8. 22. 09:32

씨줄과 날줄이

수천만번 만나고 헤어지며 교우하지 않았다면

내가 어찌 셔츠 한 장이라도 입고 있을까

고운 옷감 일수록 더욱 가늘고 질긴 씨실과 날실이

얼마나 섬세하게 수만천번을 교직했으랴

그 헤아릴 수 없는 고단한 만남으로 또는 헤어짐으로

나의 부끄러움을 감싸는 속 것을 걸치고 있는데

나는 어제도 술에 취하여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마주앉은 놈의 옷 먹살을 붙잡고 흔들어 댔다

왜 그 따위로 생겼냐고 흔들어 대다 거룩한 옷을 찢고 말았다

옷 한 벌 지어본 적 없는 내가 옷만 찢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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