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시키는대로 할 뿐
자기 행동의 선악을 모른다
자기 역활의 가치를 모른다
웃는 것이 기뻐 웃는 것이 아니라
눈물 흘리는 것이 슬퍼 우는 것이 아니다
각본에 있으므로
대본에 충실하게 연극을 하고 있을 뿐
그래서 그녀의 얼굴은
어떠한 부끄러움 속에서도
아무리 괴로워도
해맑을 수 있는 것이다
부끄러움도 괴로움도
연극이기 때문에
자기의 진정한 감정이 아니고
시키는 대로의 일시적 표현이기 때문에
새털처럼 가볍고 죄의식이 없는 것이다
가끔은 대본이 엉켜
자기 생각이 없는 꼭두각시는
스텝이 꼬여 휘청대지만
그래도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멍 때리고 있으면
감독이 찾아 와 다음 연기를 챙겨주기 때문에
공주는 꼭두각시 처럼
영혼없이 우아하게 앉아 있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