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제 자리를 지켰더라면
검찰은 검찰의 위치에서 그 본분을
경찰은 경찰의 위치와 직분을
언론은 언론으로서의 정론과 직필을
법원은 법원의 불편부당한 소신을
장관과 비서관은 직언과 설득을
기업은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행정관은 옆구리에 핸드폰을 닦아
무당녀에게 바치지 않았다면
청와대 문지기는 정문의 출입을
제대로 지키고 행했더라면
오늘 이 나라가 이처럼 부끄러움을 당하지는 않았을텐데
아무리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지시하여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더라면
지금 이 나라가 난파선 처럼 휘청거리지 않을텐데
모든 관료는 사실은 국민이 임명하는 것인데
대통령은 임명장만 전달하는 것인데
그 알량한 출세 때문에
비서관은 장관이 되고싶고
검사는 총장이 되고싶고
판사는 대법관이 되고싶고
언론인은 국회의원이 되고싶어
공의를 잊어버리고 내팽겨치고
불의한 권력에 굽신거리고 아부하다가
오늘 이 나라를 거덜너덜 내고 말았다
아!
고문 당하고 고통 당하고
죽어가며 이룩한 민주주의 덕분에
고문은 없어졌는데도
불의한 권력에 정의를 지키는 공직자가 드물고
불의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젊음이 드물다
하루를 살아도 정의롭고 떳떳하게 살아가자
우리의 후손에게 공의롭고 깨끗한 나라를 물려 주기 위해서
오천만 국민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때
그때에야 이 나라는 바로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