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앞두고
모든 것을 청산해야 한다
지난 폭서에 푸르게 저항했던 객기와
그 속에서 천시와 지리를 훔쳐
살찌웠던 과육들을 다 털어
어린 중생들에게 다 먹이고
온 산천을 불태워 마감해야 한다
하루의 해도 저녁에는
하늘을 불태우고 퇴장하지 않더냐
백억년을 스스로 다비하며
우주를 밝히는 해의 마음은
얼마나 뜨거운 것일까
나는 누군가의 무엇으로
불타고 있는지
석양녘에 일렁이는 단풍 아래에서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