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생물

시랑사랑 2021. 1. 18. 16:18
한 마리 생물
조용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다가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바람의 손을 잡고
유유히 허공을 나른다

힘들여 펄럭이지 않아도
바람 따라서라면
어디라도 지구 한 바퀴라도
가뿐히 돌 수 있다

바람의 손 놓치거나
바람이 지쳐 주저앉으면
그곳이 거처가 되고
먼지에 싸여 흙에 묻혀
여행을 멈추어도 여한이 없다
파묻혀도 한 백 년 거뜬히 살 수 있다

친구도 애인도 없이
홀로 떠도는 투명 비닐 봉투

'그룹명 > 자작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바람  (0) 2021.01.20
그대들의 하나님  (0) 2021.01.20
긴 하루  (0) 2021.01.17
사막  (0) 2021.01.17
애타는 기다림  (0) 2021.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