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회상

시랑사랑 2021. 2. 4. 11:10
지나 온 육십 평생을
되돌아 보니
산마루 에서
멀리 지평선을 내러다 보듯
아득하고 아련하구나

어떤 것들은 어제 일처럼
아직도 기억이 또렷하고
대부분은 신기루 안개처럼
흐릿하다

조용히 홀로 기억을 되살려보면
희미한 안개 걷히며
살아나는 기억들

그 기억들을 반추하며
나는 괴롭다가 한숨 쉬다가
체념하다가 자책하다가
진이 빠져 그냥 기억의 끈을 놓아버린다

그래 그것들을 다 기억했다면
지금껏 살아오지 못했으리라
눈 뜨면 달려오는 일상에 치여
다행히도 그 모든 것들을
떠밀리듯 잊으며 살아왔다

홀로 과거를 재생하며
미소 짓다가 찡그리다가
슬퍼하다가 무심하다가
미친 사람처럼 오만상을 한다

한 평생
괴롭지만도 않았다
슬프지만도 않았다
먹장구름 사이에 언듯언듯
해가 비치듯
가끔은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였다

그래도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시리고 아리다
허전하고 외롭다

이것이 인생의 숙명
속성인 것인가

다만 속죄할 것은
나의 괴로운 몸부림에
다치고 상처입은 사람은
없을까
가까운 가족에게 전가된
나의 괴로움은
또한 슬픈 유산이다

그래서 다시
우울해 진다
죽는 날까지 갚아야 할 죄업
속죄의 세월을 기워야 한다

나도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무수한 괴롭힘 혹사 무시를 당했다고
그런 변명이 통할까
무슨 위로가 필요할까
되돌릴 수 없는
엎질러진 과실 업보

축복의 통로가 되고 싶었으나
고통의 가시밭길이 되었구나
그 세월 죽는 날 까지
그저 진심 참회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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