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싱크로나이즈

시랑사랑 2013. 9. 4. 20:02

 

 

세상의 그림자는 일사분란 하다

어떤 그림자도 홀로 제멋대로 춤 출수 없다

아침에는 일제히 서쪽으로 길게 나부끼다가

정오에는 모두 발 밑에 쫄아들어 눈치를 보다

어느덧 슬금슬금 기어나와 몸을 한껏 키워

저녁에는 동쪽 지평선으로 누워 어둠에 합류한다

 

그림자들은 출퇴근이 똑같다

흐린 아침 겁없이 혼자 출근하는 그림자는 없다

해가 구름에 먹히운 날

그들은 집단 결근하고 어디에서 어떤 모의를 하고 있을까

너무도 약삭빠른 그들

세상의 그림자는 결코 비를 맞지 않는다

세상에 해가 뜨는 한 그림자는 죽지 않는다

'그룹명 > 자작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0) 2013.09.14
간판  (0) 2013.09.04
웃소  (0) 2013.09.04
요양병원  (0) 2013.09.01
종말(미완성)  (0) 2013.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