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절에
이 땅은 공룡들의 천국이었다는데
쿵! 쿵! 쿵!
이 땅을 흔들며 뜀박질하고
천둥과 번개를 삼키며
으르렁 쩌르릉 고함을 질러 댔다는데
모두 다 어데로 가고
발자국 몇 개만 남긴 채
그 많은 등줄기 뼈대는 보이지 않는가
아쉬움과 궁금증에 잠 못 이루다
어느 칠흑의 밤 사이에 나는 보았다
마을의 뒷산마다 일어나는 것을
골짜기에 숨긴 머리 쳐들고
능선마다 등뼈가 되어 일어서서
조심조심 소리도 없이 밤 마실하는 것을 보았다
놀라움과 비몽사몽으로 밤을 삭이고
늦은 아침에 일어나 돌아보면
마을 뒤의 여전히 푸르른 산들은 잠자 듯 누워있고
마을은 산의 품안에서 여전히 평안한데
산들은 첩첩이 누워서 원시를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