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생존

시랑사랑 2013. 10. 5. 21:23

 

 

어린시절 배를 곯으면서도

냉수를 마시며 기운을 차렸다

 

푸르른 하늘 만큼이나

살아갈 날들이 아름다워 보였기에

죽음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군대에서는 오히려

비무장지대 지뢰밭이 무서워

행진 대열에서 뒷걸음 첬던 생의 집착

 

본능에 이끌려 얼결에 만난

처자식에 볼모가 되어버린 삶은

때론 죽을 수도 없는

가끔 죽지 못해 사는

생명 사슬의 한 고리가 되어 버렸다

 

황혼의 나이에 이르러

낙옆이 지 듯

주변의 친우들 쓰러져 갈 때

흐르는 눈물 더 없이 쓸쓸 하지만

이제 죽음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다만 조용히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 뿐

언젠가는 가 봐야 할 옆집이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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