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
새해에는 부요하지도 가난하지도 않게 하옵소서
가난에 시달리고 부요에 눈이 멀어
주의 사랑을 멀리 떠나지 않게 하옵소서
새해에는 지는 가위 바위 보를 하게 하옵소서
잡으려고 주먹만 쥐게 하지 마시고
손을 펴서 가진 것 베풀게 하여
펼친 손이 움켜 쥔 주먹을 이긴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새해에는 무엇보다 나랏님들이
함께 만들어 구워 낸 커다란 피자를
사람마다 골고루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자르는
공정한 가위가 되게 하여 주소서
주여 !
해마다 우리에게 새해를 주심을 감사 합니다
연초의 다짐이 기억에도 흐릿 할 즈음
우리의 연약함을 측은히 여기시고
백설로 포장된 새해를 펼치시니
비록 새해의 계획을 다 실행치 못 하더라도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연필을 꾹꾹 눌러 다짐을 적어보게 하옵소서
한 해 동안 삼백예순다섯날을
세상의 모든 목숨에게 베풀어 주신 사랑을 배워
우리도 만나는 생명 마다 친절한 인사를 나누게 하소서
억겁의 시간속에 삶의 시간은 하루살이와 같아
사랑하고 위로하기에도 짧은 순간임을 알게 하시고
미움과 원망으로 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또 다시 맞이 할 세모 앞에서
조금은 가벼워진 손으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새해를 영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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