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
조형식
영등포 전철역 플랫폼에서
비둘기 한마리가 대열에서 떨어졌는지
뒤뚱뒤뚱 홀로 걷다가
자기 앞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빵부스러기를
고개 한 번 들지 못하고 주워 먹고 있었다
멀리서 오십후반의 아주머니가
빵부스러기를 던져주고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비둘기가 안스러워
던지고 던지고 던져주고 있었다
생명을 낳아 본 여인만이
생명을 키워 본 사람만이
모든 생명의 갸륵함을 안다는 듯
연민 가득한 손길을 허공에 연신 던지고 있었다
출처 :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글쓴이 : 조형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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