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스크랩] 은총

시랑사랑 2015. 1. 7. 00:15

 

   은총

                      조형식

 

 

영등포 전철역 플랫폼에서

비둘기 한마리가 대열에서 떨어졌는지

뒤뚱뒤뚱 홀로 걷다가

자기 앞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빵부스러기를

고개 한 번 들지 못하고 주워 먹고 있었다

 

멀리서 오십후반의 아주머니가

빵부스러기를 던져주고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하는 비둘기가 안스러워

던지고 던지고 던져주고 있었다 

 

생명을 낳아 본 여인만이

생명을 키워 본 사람만이

모든 생명의 갸륵함을 안다는 듯

연민 가득한 손길을 허공에 연신 던지고 있었다 

 

 

출처 :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글쓴이 : 조형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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