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하얀 봉투

시랑사랑 2015. 2. 3. 17:35

 

'마지막 월세와 전기요금 입니다.

 죄송 합니다. 먼저 갑니다'

 

이 땅에서 더 이상 초라해지기 전

하얀 봉투에 칠십만원을 넣어두고

함께 세상 나들이를 마친

세 모녀의 삶은 얼마나 정갈한 것이냐

 

'개의치 마시고 곰탕이라도 한 그릇 드시지요'

 

오른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 할 수 없어

당신의 장례비를 하얀 봉투에 넣어두고

외로운 삶을 마감한

젊은 노인은 얼마나 정겨운 것이냐

 

밀려서 떠나는 자들이

남은 자들에게 대접하는

눈물나게 미안한 곰탕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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