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생강

시랑사랑 2015. 12. 7. 23:03

발톱이 문드러져 나간

문둥이 발가락

반달 만큼 닳아진 놋수저로

못생긴 껍질 긁어 내면

향긋하다고 할 수 없는

코 끝이 쌩한 내음

매운 맛이면서 찝질한 맛

눈물이 날 것 같고

콧물이 흐를 것 같기도 한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잘게 썰어 도마 위에 올려놓고

부엌칼의 손잡이 뒤로 빻아

김장 속 버무리에 섞어 넣는다

볼품도 맛도 별로지만

김장에는 꼭 들어가야 하는

갖은 양념의 발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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