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들 바늘잎 세우고
겨울 내내 서슬 퍼렇게 버티는 사연을
함박눈 내리는 날 알았다
쌓이는 함박눈
수북히 덮어 쓰고
한 폭 두 폭 온 몸으로 그려내는
동양화 열두 폭
청백의 두 색감으로 수려하게 빚어내는
고결 고고한 신선경
보는 이 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감싸는
단순 청정함
그래서 소나무는 겨울을 푸르게 견디고
하늘은 함박눈을 때때로 내려주는구나
함박눈이 소나무와 눈이 맞아
긴 밤 합방을 하면
온 누리는 하얗게 눈을 감고 숨을 죽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