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 놓으면 징발해 간다
어떻게 키웠는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아
밤잠을 설치며 기저귀를 갈아대며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어쩌다 끝없는 전쟁을 시작하고
묻지도 따지지지도 않고
당연한 듯 데려가서
죽는 날까지 전선에 투입한다
총 대신 컴퓨터 한 대 보급하고
총소리 대신 키보드 치는 소리 요란하게
적군사살 대신 높은 영업실적을 명령한다
날마다 높아지는 콘크리이트 회색 망루에
층층이 들어앉아 사이버 전투를 한다
현실의 생존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적을
이겨야 한다 승리해야 한다
일 대 일의 전쟁이 아닌
만인 대 만인의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승리하지 않으면
현실의 비참한 굴욕을 당해야 한다
삶터가 전쟁터가 되어버린 21세기의 실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