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구겨진 손바닥에
골진 운명이 새겨졌다 하는가
오르기 전 산길은 아득하더니
터덕터덕 산 넘어오니 그냥 허전하다
골짜기 하나 하나 건널 때마다
이마에 주름골 하나씩 패였을까
아무렇게나 저절로
흘러가고 만나고 얼크러진
노안 위의 검은 거미줄
그 주름골 따라 레코드 바늘을 올려놓으면
무슨 판소리 창 히나 들려오려나
"한 많은 인생살이 야속도 하다만~
한 오백년 사자는데 왠 성환가~"
눈물 한 동이
웃음 한 사발
이름 모르는 골짜기의 이름없는 들꽃에게
남겨놓고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