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멋진 시절

시랑사랑 2017. 5. 21. 20:26

적당히 낡은 집들이

어깨동무 하고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

집 속의 사람들도 곱게 늙어

어느 날은 하나 둘씩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모르는 사람들이 새로이 들어와

켜켜이 늙어 떠나기를 몇 순번

 

그래도 한 쪽 방에서는

으앙거리는 새순이 돋아나고

신발을 고쳐신고 일터를 찾아나서는

새아빠를 걱정하는 새엄마를 바라보면서

주저앉던 집들은

어깨동무 하며 '끄응'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아직은 버텨야 한다

저 어린 새순이 다 자라 이 집을 박차고 나설 때까지

 

가난하지만 정다웠던 시절

셈법이 서툴러도 속이지 않고

우주를 몰라도 순수하고

가난 할수록 희망에 마음이 더욱 부요했던

아름다웠던 소박한 옛세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전설이 되어버린 그리운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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