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낡은 집들이
어깨동무 하고
조금씩 주저앉고 있다
집 속의 사람들도 곱게 늙어
어느 날은 하나 둘씩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모르는 사람들이 새로이 들어와
켜켜이 늙어 떠나기를 몇 순번
그래도 한 쪽 방에서는
으앙거리는 새순이 돋아나고
신발을 고쳐신고 일터를 찾아나서는
새아빠를 걱정하는 새엄마를 바라보면서
주저앉던 집들은
어깨동무 하며 '끄응' 허리를 펴고 일어선다
아직은 버텨야 한다
저 어린 새순이 다 자라 이 집을 박차고 나설 때까지
가난하지만 정다웠던 시절
셈법이 서툴러도 속이지 않고
우주를 몰라도 순수하고
가난 할수록 희망에 마음이 더욱 부요했던
아름다웠던 소박한 옛세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전설이 되어버린 그리운 세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