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봄비도 오지 않는다
낙숫물 소리 그친지 오래
폭포도 목이 졸린지 오래
이제는 이 땅을 떠나야 하는가
먼저 가장 여린 들풀부터 떠나겠지
그 다음 작은 벌레들
다람쥐 강아지 여우 표범
꽃들은 시들어 떠난지 오래
나비들은 오래 전 낌새도 없이 흩어졌다
나무들은 선 채로 미이라가 되고
집들은 마른 가슴으로 주저앉고
세상은 얼만큼 나빠져야
종착역에 다다르는 것일까
그 종점에는 누가 도착이나 할까
얼마나의 고통에 고통을 쌓아야
차라리 죽음의 해방을 맞이할까
모두 떠난 빈 허공에
눈물도 메마른 하늘만 파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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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문명이 야기한
미세먼지는 하늘을 삼키고
비를 말려버리고 땅을 뒤덮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