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사막에서 사망하기

시랑사랑 2017. 5. 23. 15:58

 

이제는 봄비도 오지 않는다

낙숫물 소리 그친지 오래

폭포도 목이 졸린지 오래

이제는 이 땅을 떠나야 하는가


먼저 가장 여린 들풀부터 떠나겠지

그 다음 작은 벌레들

다람쥐 강아지 여우 표범

꽃들은 시들어 떠난지 오래

나비들은 오래 전 낌새도 없이 흩어졌다

나무들은 선 채로 미이라가 되고

집들은 마른 가슴으로 주저앉고

 

세상은 얼만큼 나빠져야

종착역에 다다르는 것일까

그 종점에는 누가 도착이나 할까

얼마나의 고통에 고통을 쌓아야

차라리 죽음의 해방을 맞이할까

모두 떠난 빈 허공에

눈물도 메마른 하늘만 파랗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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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문명이 야기한

미세먼지는 하늘을 삼키고

비를 말려버리고 땅을 뒤덮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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