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우연치 않게 아내와 함께 일주일간의 터키여행을 다녀왔다
둘째날 성 소피아 성당을 관광하면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성당 내부를 관람 하였는데 그 중에 어느 동로마 황제가 두통이 심하여 기둥을 붙잡고 기도를 하였는데 씻은듯이 나았다고 하여 그 후에 수많은 순례객들이 이 기둥에 대고 기도를 하여 소원을 이루면서 유명해진 소원기둥이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한 가지씩의 소원만을 빌어야 하며 기둥의 조그만 구멍에 엄지 손가락을 끼우고 소원을 빌며 손바닥을 한 바퀴 완전히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우리 관광객 일행은 줄을 서서 차례대로 소원을 빌었다
나의 차례가 되어서 나는 "큰 아들 우성이의 박사과정을 잘 마치고 미국에서 좋은 직장을 갖게 해 주십시요~" 하고 빌면서 손가락을 넣고 절실한 마음으로 손바닥을 최대한 돌려 가까스로 완전히 돌렸다
그런데 그 순간 콧날이 시큰하면서 눈자위가 축축해지는 거였다
왠지 애절한 마음이 나를 눈물 글썽이게 하는 것이었다
내 자식이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부족함 때문에 전능한 신에게 매달리며 애원하는 아비의 모습이 순간 슬프고 애처롭게 느껴진 것일까
험한 세상에 뭣도 모르면서 자식을 낳고 키우는 애비의 심정은 저절로 자식 낳은 죄인이 되는가 보다
나약한 애비로서 자식이 험난 세상을 잘 이기고 헤치며 잘 살아나가기를 간절히 바랄 뿐 그 이상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무능력, 무기력을 무조건 신에 매달리는 애원으로 보완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문득 오래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며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아버지와 같이 자는데 새벽에 얼핏 잠이 깨는데 무슨 말소리가 들려 보니 아버지가 엎드려서 울먹거리면서 중얼중얼 기도를 하고 있었다
가족들을 위한 기도소리도 들리는데 기도 소리가 너무 애처롭고 한편 불쌍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심한 술주정이 있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없었던 나는 의외의 광경을 보며 술주정이나 하지말지 무슨 기도를 저렇게 하는가 이해를 못했다
다만 그악스런 아버지도 별 수 없는 나약한 사람이구나, 고난한 삶을 어쩌지 못하는 인간이구나 하는 감정도 함께 느꼈달까
그런데 내가 눈물을 훔치며 아버지를 떠올리다니, 아버지도 그때 나를 위해서 울면서 기도 헀던 것일까?
그 아버지의 기도가 오늘의 나의 삶에는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었을까, 를 생각하자니 새삼스레 마음이 져려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호텔의 303호에서 잠을 자는데 깊은 밤 꿈속에서 경찰을 하는 친구가 나타나 나에게 '우성이에게 미국에서 초청장이 날아왔는데 이것은 누가 특별히 부탁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인데~ 누가 고위직에게 청탁을 했나?' 하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나는 어디 청탁을 할 데도 없고 우성이 학교에서 이루어진 일인 것 같은데~'하고 대답을 하니 친구가 '그런가? 그러면 그렇게 이상없다고 보고할게~ 대단한 일이야' 하고 꿈을 깨었다
어제의 성 소피아 성당에서의 소원빌기가 생각나며 기분이 따뜻하고 감사하고 좋았다
이 추억과 꿈을 마음 깊이 소중히 간직하고 간절한 기도를 이어나가야 하겠지
애비로서 할 수 밖에 없는 최후의 자식을 위한 사랑의 몸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