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시랑사랑 2017. 5. 25. 19:14

2016년 여름은 무척 더웠다

6월 부터 30도를 넘어서며 더워지던 날씨는 장마철도 가볍게 넘기고 찌는 듯한 열풍으로 7월을 가열하고 8월에는 최고기온을 매일 경신하며 38도의 폭염으로 괴롭혔다

그러나 경험 상 제 아무리 더워도 8월 중순부터는 더위가 수그러들었기에 몇일만 지나면 고비는 넘기겠지 하고 매일 날짜만 셈하고 폭염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20일이 넘어도 기온이 떨어지기는 커녕 38도를 넘나들며 맹위를 떨치는데 내 육십년 처음 당해보는 8월 여름 더위에 덜컥 겁이 나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더울 것인지 소름이 끼치고 혹시 지구의 자전축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이거 종말의 징조 아닐까 하는 별의 별 상상과 추측과 걱정을 하였었다

그런데 그렇게 25일 저녁까지 36도의 더위를 맹폭하더니 26일 새벽이 되니까 시원함을 넘어 추운 기운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와 여름 내내 열어놓았던 창문을 닫으면서 홑이불을 끌어다 덮고 새벽잠을 자야했다

모처럼 더위에 시달리지 않고 달콤한 새벽잠을 자고 있어났지만 기분이 묘했다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청풍으로 변하여 마치 전형적인 가을날 같았다

하루 아침에 열대 여름에서 온대 가을로 점프해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았다

어떻게 계절이 하루 사이로 칼을 긋 듯 바뀔 수 있을까

몇일 지나면 또다시 더위가 괴롭히지 않을까 걱정됐지만 26일 이후로 여름 더위는 없었고 그대로 가을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년에는 8월25일까지는 여름, 26일부터는 가을이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물러나지 않고 괴롭히던 여름이 어느 날 갑자기 마치 짐을 싸들고 도망하듯이 사라져 버렸다

 

2017년 5월10일은 내가 무슨 새로운 나라에 와 있는 듯한 이상한 평안함과 기쁨을 느꼈다

1945년 8월16일 우리의 선배들이 그랬을까

분명 어제와 똑같은 공간과 환경과 사람들인데 시간이 변한 오늘의 공간과 사람들은 새롭고 정답고 희망에 차 보였다

길에 구르는 쓰레기도 낭만적이고 아가씨들은 요정같고 청년들은 늠름하고 할머니 조차 귀엽게 보이는 이 현상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 한가지, 희망의 있고 없음의 차이였다

어제까지는 희망 없는 정권의 나라였다면 오늘부터는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는 나라로 느껴지기에 모든 것이 좋아 보였던 것이다

희망은 삶의 원동력이다

아무리 현재가 부요해도 미래의 희망이 없다면 그곳은 실락원일 뿐이다

자자손손 사이좋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서 희망이 보인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너그럽게 윙크하며 조그만 것은 양보하며 멋있게 살아 가리라

악은 극악할수록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무너져 내린다는 것을 이번 겨울내내의 촛불혁명에서 보았다

마치 어둠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에 와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이런 이치로 어떠한 경우에도 낙심하거나 포기하여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는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광명한 세상이 오면 낙심하여 포기한 자들은 얼마나 부끄러울 것인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광명한 세상이 오는 것은 낙심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수많은 양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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