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이 녹아내린다
남극이 무너진다
여름이 더워서가 아니라
문명이 뿜어내는 냉기와 열기 때문에
가이아는 오한이 들고 열병이 나서
바닷물은 엘니뇨를 태평양에 수시로 흘린다
세상에 공짜 점심 없듯이
여름 한철 냉풍으로 싱싱할 때 실외기는 열풍으로 맹렬히 돌아가고
겨울 한철 난방으로 늘어질 때 지붕의 눈은 녹아 미끄러진다
문명은 시간을 먹고 젊어지고 강해지는데
가이아는 세월에 밀려 부서지고 약해진다
어디까지 살 수 있을까
북극의 백곰
남극의 팽귄
내 후손의 후손의 누구까지
스위치를 내려 실외기를 멈춘다
창문을 열고 부채 들어 바람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