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불행이 너만의 이유가 아닌
나의 타고 난 불행에 연결되어진 고리 였음을
너무도 무심한 오랜 세월을 보낸 뒤에야
잠을 깨 듯 알아 차리고
나는 슬프고 부끄러워 울지도 못한다
너의 자결을 자살이라고
비난 하면서
나는 삶의 의지를 은근히 자랑 했었지
세상을 스스로 떠나는 자들에게는
조금의 눈물과 애틋한 묵념도
과분하다는 근본신앙을 진리로 받들며
외로운 떠남을 더욱 괴롭게 했던
죽을 만큼의 고통도 모르는
목석 같이 불쌍한 존재가 살아있는 나 였구나
사는게 죄 짓는 일이다
죽는 자에게 까지 허물을 물으며
스스로의 허물을 벗고 더 높이 서 보려 했던 치기(稚氣)
얄팍한 교만의 죄를 모르면서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