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불안한 때가 있었다
행복이 못 미더워
행복이 깨어질 것 같아
행복이 과분하여
행복이 날아가지 않도록
나는 짐짓 행복하지 않은 척 한다
마음 놓고 웃지 않고
눈치 보며 속으로만 웃음을 삼키며
나는 마치 심각한 척 한다
불행이 시샘하여 행복을 밀어내고
나를 불행의 샘에 빠뜨리지 못하도록
나는 원래부터 행복을 모르는 척 한다
내게 무슨 언감생심 행복이냐며
묘한 슬픈 얼굴을 한다
나에게는 언제나 행복은 없었다며
나는 항상 불행 속에 있었다며
괜히 고뇌스런 표정을 한다
어느 순간
행복은 완벽하게 등 뒤에 숨고
불행으로 변장한 내 얼굴은
체념과 외로움을 멋있게 연출한다
마침내 마음의 고향을 찾은 듯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