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식당에서

시랑사랑 2022. 4. 20. 16:07
밥 먹어주어 고맙습니다
아니
밥 먹여주어 감사합니다
세상사는 일이 밥 먹는 일인데
밥 먹여주는 일이 결국 세상의 일인데

형수에게 주걱뺨을 맞으면서도
볼테기의 밥알을 떼어먹으며
다른 뺨을 대는 흥부의 밥 구걸처럼

우주선을 타고 우주공간에 날아가도
밥에 김치를 얹어 먹어야
즐거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여전한 에너지가 밥인데

세상 사람들
밥 먹는 입을 보면
밥을 국에 말아 후루륵 후루륵
우적 우적 씹어먹는 입을 보면
아! 아!
슬프고 애처로워 눈물이 난다
저 밥을 그렇게 먹고싶어
세상에 부대끼고 애걸하고 성내고 좌절 후회하고 미쳐 날뛰었구나

눈물 젖은 밥을 먹어보지 못한 자
쉽게 세상을 논하지 마라
헛제사의 헛밥을 먹고
헛세상을 허수아비로 살고 있음을
슬퍼하여라

오늘도 어디선가
점심을 굶는 한창 사춘기의 학생이
높푸른 하늘을 올려본다
유난히 외롭고 맑고 쓸쓸한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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