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그냥 비를 맞고
눈이 오면 그저 눈을 뒤집어 쓰는
대책 없는 목숨들이 있다
자기의 묶인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햇볕이 비에 젖은 잎몸 말려주고
지나가는 바람이 눈무더기 흔들어 털어준다
그래도 그 목숨들
잎파리 끝마다 글썽이는 눈물 머금어
천지에 영롱한 초록빛 녹음 지펴내고
철마다 붉은 꽃 흐드러지게 피워낸다
그래도 그 목숨들
철따라 각양백과 열매를 한껏 맺어
세상의 가여운 목숨들을 배불리 먹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