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공원 벤치

시랑사랑 2014. 2. 3. 20:21

 

 

초겨울 석양은 산을 넘어 어디로 가고

사람들 어둠을 털어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노란 가로등 밑에

홀로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의자

앉혀진 자리에서 꼼짝없이 앉아만 있다

 

한순간도 눞거나 일어서지 못하고

비에 젖거나 눈에 덮여 까칠해 진다

새들이 훼를 치거나 하얀 물똥을 배설한다

 

그나마 사람의 엉덩이 따뜻하고 포근해

얼었던 갈비뼈 의자 살 부드러워지고

풍만한 엉덩이의 애무에 의자 살결 윤이 나지만

 

가끔은 의자를 침대 삼아

밤새워 주무시는 외로운 목숨을 만나면

의자는 모처럼 함께 따뜻한 잠에 취한다

 

때론 밤새워 달빛만 가득 앉아 있는 공원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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