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예감이 있었을까
서늘한 기운이 산하를 휘감아 돌자
그토록 푸르고 무성하던 나뭇잎들
일제히 붉은 울음 토하며
자진하여 투신하고 있다
머지 않아
색깔 있는 대지는 하얗게 지워 질 것이라는
더러워진 산천은 눈보라에 묻혀버릴 것이라는
준엄한 예고를 냉랭해진 바람에서 들었던 것일까
새 봄이 오기 위해서는
새 싹이 돋기 위해서는
너절해진 세계는 지워지고 묻혀져야 한다고
하늘바람이 귀띔해 준 것일까
온 세계에 모든 것을 내어 주고서도
해마다 죽는 가을을 보며
해마다 죽지 못하는 나를 생각한다
육십년을 넘어 살고있는
나는 얼마나 더러워지고 성깔에 절어있을까
죽음으로도 청산 되지않는
죄업은 얼마나 켜켜히 쌓여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