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가을을 보내며

시랑사랑 2016. 1. 27. 22:06

무슨 예감이 있었을까

서늘한 기운이 산하를 휘감아 돌자

그토록 푸르고 무성하던 나뭇잎들

일제히 붉은 울음 토하며

자진하여 투신하고 있다

 

머지 않아

색깔 있는 대지는 하얗게 지워 질 것이라는

더러워진 산천은 눈보라에 묻혀버릴 것이라는

준엄한 예고를 냉랭해진 바람에서 들었던 것일까

 

새 봄이 오기 위해서는

새 싹이 돋기 위해서는

너절해진 세계는 지워지고 묻혀져야 한다고

하늘바람이 귀띔해 준 것일까

 

온 세계에 모든 것을 내어 주고서도

해마다 죽는 가을을 보며

해마다 죽지 못하는 나를 생각한다

육십년을 넘어 살고있는

나는 얼마나 더러워지고 성깔에 절어있을까

죽음으로도 청산 되지않는

죄업은 얼마나 켜켜히 쌓여있을까

'그룹명 > 자작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 연좌죄  (0) 2016.01.27
백덕산  (0) 2016.01.27
예수  (0) 2016.01.25
평정심  (0) 2016.01.25
우리 모두의 별  (0) 2016.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