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자작시집

416 유류품

시랑사랑 2016. 4. 18. 13:16

저 신발과 가방들은

꽃 다운 주인의 마지막 길을

따라가지 않고

어떻게 거친 풍랑을 헤치고

이 해변에 다다르는 것일까

 

조심스레 건져올려

비릿하고 서걱이는 바닷물을 털어내고

햇살 바른 모래밭에 가지런히 올려 놓으면

나즈막히 나즈막히 흐느끼며 소리친다

 

꽃잎이 다 떨어져 나가는 몸부림이 있었다고

빅뱅이 일어나듯

항성이 붕괴하듯

정신마저 떨어져 침몰 할 때

이 처연한 소식을 어떻게든 전하라는

꽃 다운 주인의 마지막 심부름을 안고

혼신을 다해 헤쳐 왔다고

 

바닷가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가슴을 두드리면서

하염없는 눈물로 눈앞이 막막해지는

아빠의 손에 꼭 안기어 소식을 전하라고

엄마의 품에 푹 안기어 마지막 인사를 올리라고

 

'이렇게 갑자기 영문 모르고 떠나서 미안해요~

 사랑해요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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