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신발과 가방들은
꽃 다운 주인의 마지막 길을
따라가지 않고
어떻게 거친 풍랑을 헤치고
이 해변에 다다르는 것일까
조심스레 건져올려
비릿하고 서걱이는 바닷물을 털어내고
햇살 바른 모래밭에 가지런히 올려 놓으면
나즈막히 나즈막히 흐느끼며 소리친다
꽃잎이 다 떨어져 나가는 몸부림이 있었다고
빅뱅이 일어나듯
항성이 붕괴하듯
정신마저 떨어져 침몰 할 때
이 처연한 소식을 어떻게든 전하라는
꽃 다운 주인의 마지막 심부름을 안고
혼신을 다해 헤쳐 왔다고
바닷가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가슴을 두드리면서
하염없는 눈물로 눈앞이 막막해지는
아빠의 손에 꼭 안기어 소식을 전하라고
엄마의 품에 푹 안기어 마지막 인사를 올리라고
'이렇게 갑자기 영문 모르고 떠나서 미안해요~
사랑해요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