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옆 5층 짜리 상가건물 관리소장이
커피한잔을 하면서 신세타령이다
"내가 여기 월급 백만원 준다고 해서 왔는데
글쎄 첫달에 25만원을 통장에 입금 했더라고
두번째 달에 30만원, 매달 5만원씩 올려주는데
지난달 80만원을 받았어.
내참 치사해서. 낼 모레 그만 둘거야
4대 보험도 안들어서 실업급여도 못받고
억울해서 노동부에 고발할거야"
"그만 두시면 무슨 돈으로 사실려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살면 돼
나도 한때는 우성건설의 협력업체도 했었다고
IMF때 부도나서 그렇지"
며칠이 지나고 새로운 관리소장이 왔다
인사를 하니 대뜸 전소장이 숙소방을 빼주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또 며칠이 지났다
전소장이 5층 옥상 숙소방에서 쭈그려 앉은채 죽었단다
박스를 수집하는 할아버지가 궁금하여 올라가 보았단다
굶어 죽었는지. 아파서 죽었는지. 스스로 죽었는지
사인도 모른 채 쓸쓸하게 장례 처리 되었다
살아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외로운 옥상에 오르시고
죽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냉혹한 지상에 강림 하시었다
여기 이름도 모르는 관리소장의 마지막 메세지를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