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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 천년

세상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지고 있었다 시계의 시침이 시치미 떼고 쉬임없이 가듯이 세상은 그렇게 눈치채지 못하게 주저앉고 있었다 한 올 한 올 빠지는 머리카락을 대수롭지 않게 흘리다가 마침내 빛나는 구릉이 되듯이 뭉개지는 세상에 나도 모르게 적응하며 아직은 살만하다고 한시름 놓으며 때로는 콧노래 부르고 설레는 사랑도 하면서 잘 살고 있다 말세가 천년이라 다행이다

말세 천년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 때문에 문명과 문화를 건설하는 지구의 영장이 되었는가 내 평생의 의문이었다 사람들은 성경에서 답을 찾아 의심없이 생각없이 쉽게 뇌까린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을 정복하고 창대하고 번성하라고 복을 주었다고 그것은 성경의 교묘한 왜곡 이었다 하나님은 지구 위에 자연을 창조하고 이 자연을 관리하고 유지할 집사가 필요했다 단순히 그런 하나님의 필요에 의해 자연을 관리하고 다스릴 자연보다 조금 우수한 인간을 맨 나중에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라 자연의 관리인 집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누군가 자연을 정복하고 다스리고 번성하라고 성경을 잘못 기록하여 인간은 오만방자 하게 변하였고 관리 보존해야 할 자연을 마음대로 깨부수고 죽이고 인간의 거처로써 ..

출교회기

하나님 말씀 예수님 사랑 너무도 좋아 교회에 열심히 다녔는데 교회에 있는 사람들 말씀따로 사랑따로 십자가 뒤에 숨어 세상사람들과 똑같이 끼리끼리 편애하며 이방인 미워하며 선행은 간데없고 위선의 탈을 쓰고 살고 있네 교회 안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님 말씀 예수님 사랑 펼치며 살 수 없어 교회마저 악마의 소굴이 되어 하나님 말씀 예수님 사랑 악마들이 호도하며 십일조 갈취하고 부모형제 떠나라고 유혹하고 죄사함을 면죄부로 팔고 하나님께 순종을 목사의 종복으로 뒤바꾸네 교회를 점령한 악마들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진리가 죽은 교회를 나는 떠나네 다시 광야에 섰네

아름다운 돈 강

강이 애써 대지를 굽이돌며 천천히 흐르는 것은 대지에 젖을 하나라도 더 물리고 충분히 배부르게 물젖을 먹이기 위해서라네 흠뻑 젖은 대지는 살찐 풍요로운 초원이 되고 백화만발 오곡백과 온갖 짐승 모두모두 흡족하게 뛰어 노는구나 초원의 생명강 아름다워라 강이 흐르듯 돈은 돌아야 하리 인간 세상 구석구석 소홀함 없이 돌고 돌고 머물지 말고 휘돌아 모든 인간 충만하게 돈젖을 얻어 먹으면 정말 좋겠네 그리하면 인간 세상도 얼마나 풍요로울까 얼마나 아름다운 人文花가 풍성히 피어오를까 강이 막히고 고이면 썩어 죽듯이 돈이 쌓여 돌지 않으면 악취 진동하는 똥이 된다네 돈이 강처럼 돌고 흐르면 그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울까

우주

밑도 끝도 없이 미동도 하지 않는 저 허망한 어둠에 바람은 없다 도달할 수 없는 암흑의 바닷가는 절망을 일으키고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는 칠흑 속에 등대처럼 반짝이는 항성 몇 개 외롭게 떨어져 타오르고 길을 찾았다는 듯 부나비 처럼 원 없이 맴도는 행성 조각들 찰나의 손님 인간의 눈에는 한 없이 느려터져 고요하기만 한 시공에 무슨 거창한 바람이 있으랴 한 순간 스쳐 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