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 2707

자연

날마다 값없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가 무질서 한 것 같으면서도 언제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자연은 얼마나 신비로운가 가진 것은 없어도 하루 밥 두어 덩이만 먹으면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즐길수 있으니 우리는 사실 얼마나 부자인가 날마다 밤의 별빛으로 깨끗히 씻어 새로이 열어주는 새벽의 신비는 얼마나 오묘한가 이 자연 속에 안겨 사는 우리는 얼마나 축복받은 존재인가 날마다 환희의 노래 감사의 노래를 부르리라 자연을 세상을 찬양하리라

새벽

새벽은 개벽은 아니지만 하루를 열어 주며 가장 조용하고 깨끗하게 시작한다 아직 사람들이 잠자리에 있는 시간 호젓한 새벽 길과 공원을 나의 것인양 오롯이 즐길수 있다 두어 시간 지나면 출근길로 변한 도로가 꽉막히고 공원마다 세상 가득 사람들로 붐비겠지만 짧은 새벽 시간은 그래도 아직 세상은 넓고 아름답고 신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새벽을 맞이하고 새벽 세상을 먼저 감상하는 사람들은 하루가 아무리 북새통으로 바빠도 새벽 기운으로 여유롭게 너그롭게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다

고독

외로워서 운다 나와 같은 사람없어 운다 내 마음 나눌 길 없어 내 마음같은 사람없어 운다 사람들이 서로 소 닭 보듯 해서 외로움이 가슴을 시리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처럼 본체만체 데면데면 하는 것이 서럽다 사람들이 나의 노래 들어 주지않고 나의 시를 읽어주지 않고 나의 말을 건성건성 듣는 둥 마는 둥 먼 하늘만 바라보며 성의 없이 고개만 끄덕일 때 세상은 텅 빈 극장처럼 쓸쓸하다

잡초

나를 밟아다오 더 세게 짖밟아 다오 밟히고 짖밟혀야 안마를 받은 듯 시원하다 숨이 막히게 눌리고 짖눌려야 강인하게 일어선다 독사의 머리처럼 치솟는다 밟히고 눌릴수록 단단한 땅에 고래힘줄 같은 뿌리 내리박고 하늘로 시퍼런 칼날 찔러 오른다 압박과 고통으로 다져진 생인 것을, 어느 누구 함부로 나를 제거할 수 없다 서툰 농부는 손을 베일 것이고 퍼런 칼날 잘리면 억센 뿌리로 살리라 뿌리마저 부여잡고 뽑아내려는 자 결국 뒤로 나자빠져 엉덩방아 찌며 패가망신 하리라 하하하 내가 이겼다

파란만장

고달픈 한 세상 다행히도 무사히 건너 왔구나 알 수 없는 인생의 바다 장님처럼 헤매며 천방지축 천신만고 노심초사 한 시도 마음 놓지 못하고 어떻게 살아 왔을까 삶의 길 더듬어 가다가 비명 소리에 고개 돌려보면 누구는 차에 치여 죽고 낭떠러지 떨어져 죽고 암덩어리에 눌려 죽고 칼에 찔려 죽고 주먹에 맞아 죽고 일에 깔려 죽고 그 때 마다 섬찟한 인생길 모골이 송연하여 가던 길 멈추고 탄식하였네 아! 아! 애달퍼라 한 세상 완주하기란 가시밭길이구나 모든 먼저 가신 님들 애잔한 영혼 달래드리는 진혼주 막걸리 한 잔 올려 드립니다 이제 저승에서 평안히 영면 하소서